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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비교를 해야 한다면
작성자 관리자 [2026-06-05 23: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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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를 해야 한다면

 

 

남에게 원망 받을 일이 없게 하고, 자기에게 악한 점이 없도록 하며, 뜻과 행실은 나보다 나은 이와 비교하고, 분수와 복은 나보다 못한 이와 견주어라! 

 

無怨於人, 無惡於己, 志行上方, 分福下比.

무원어인, 무악어기, 지행상방, 분복하비.

 

조경(趙絅, 1586~1669), 『용주유고(龍洲遺稿)』권22, 「영의정 완평부원군 이공 시장(領議政完平府院君李公諡狀)」

 

 
  우리 역사에서 ‘큰 어른’으로 칭송받는 사람들 중에 오리(梧里) 이원익(李元翼, 1547~1634)이 손꼽힌다. 이번에 제시한 고전 명구 중 뒤의 두 구절은 그의 좌우명으로 많이 알려져 있다. ‘오리 이원익 대감’이라 하면 워낙에 명재상이자 청백리로서 유명한 역사 인물이기도 하거니와 그의 이 언표는 성대중의 『청성잡기』에 실려서 더욱 회자되었던 듯하다. 뒷부분만 훌륭한 것이 아니라 앞의 두 구도 사람답게 살기 위해 마음에 새겨 두기에 참 좋은 내용이다. 용주 조경이 지은 시장을 비롯하여 이원익의 일생을 기록한 글들에서는 이원익이 열여섯 자로 된 가르침을 지어 자손들에게 보여주었다고 하였으니, 요즘 말하는 가훈(家訓)이라 할 수 있겠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어느 곳에선들 서로 만나지 않으랴?’라고 말한 『명심보감』의 말씀은 ‘은혜와 의로움을 널리 베풀라’는 지침과 짝하는 것이지만, 원수나 적을 언제 어디에서든 만날 수 있다는 경고와도 맞닿아 있다. 남이 나에게 원망이나 원한의 마음을 품지 않게끔 원만하고 평탄하게 사는 것이 바람직하다. 나 혼자만 편하고 안전하자고 그런 것이 아니다. 그렇게 살아야 내 가족도 안전하고 우리 사회도 건강하게 유지된다.

  내 자신을 돌아보아 일말의 악한 점이 없어야 타인의 악한 점을 바로잡아 줄 수 있다. 스스로 떳떳하지 못하면서 어떻게 남에 대해 왈가왈부할 수 있겠는가? 설령 위선(僞善)의 가면을 쓰고 정의를 구현하겠다고 나선들 이런 사람의 언행에는 무게가 실리지 않는 법이다. 자신의 악행은 누구보다 제 자신이 잘 알고 있으므로 스스로 무너지고 말 것이다. 혹여 요행히 일평생 위선을 가리는 데 성공했다 해도 이런 자의 내면은 늘 불안했을 터인데, 유교(儒敎)에서는 여생에서든 후대에서든 악행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리라고 준엄히 경고하였다.

  우리 사회에서는 ‘비교’란 좋지 못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기도 하다. 남과 비교하면서 자괴감이나 박탈감 혹은 위화감 따위를 느끼지 말고 나만의 주체적인 삶을 살자는 취지로 보인다. 물론 이러한 삶의 태도는 확실히 바람직한 면도 있고 그 의의를 인정할 만하다. 그런데 비교가 불필요하거나 부적절한 것이기만 할까? 적의(適宜)한 비교가 인생을 혁신하기도 하고 발전하게도 하는 원동력이 된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다. 한편으로 생각해 보면, 비교를 하지 않고 살아가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인가? 때로는 나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비교를 할 만큼 거의 불가피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비교는 우리의 삶과 밀착되어 있다. 필연적으로 비교를 할 수밖에 없다면, 지극히 현실적이면서도 모범적인 상하(上下) 비교를 권장한 오리정승의 이 말씀을 실천해 보자!

  어당(峿堂) 이상수(李象秀)는 ‘뜻을 다지고 행실을 닦아 나보다 나은 이에게 도달하지 못함을 항상 부끄러워하고, 의복과 음식이나 권세와 지위가 나에게 미치지 못하는 자가 외려 많다는 점을 늘 생각하라! 그런 다음에 덕업은 이룸이 있고 욕심은 저절로 적어질 것이다.’라고 해설하였는데, 이원익의 좌우명을 바르게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글쓴이 김종민
  퇴계학연구원 정본퇴계전서 국역사업팀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