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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연탄 수레를 끌어도 좋을 사랑
작성자 관리자 [2026-07-22 10:2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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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중의 프레임 너머[4]
연탄 수레를 끌어도 좋을 사랑





우리는 여섯 살 차이 연상연하커플이었다.  29세이던 아내와 23세 철부지 청년인 나의 연애는 시작부터 가시발길이 었다. 세련된 아내 곁에서 나는 늘 주머니 사정이 가벼워 위축되곤 했다. 계산대 앞에서 내 자존심 이 다칠까봐, 친구들 몰래 테이블 밑으로 슬쩍 지폐를 쥐여주던 섬세한 사람. 그 깊은 마음 덕분에 나는 초라한 현실 속에서도 감히 그녀와의 미래를 꿈꿀 수 있었다.


대학 시절, 가정 형편이 어려워 막노동과 냉동 창고 아르바이트 를 전전하던 나는 우연한 기회에 배우가 되었다. 아내는 기꺼이 나의 매니저이자 코디를 자처하며 험한 현장을 함께 누볐다. 하지만 아내가 나와 함께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장인어른의 불호령도 더욱 거세 졌다. 어느 날 밤, 아내를 집까지 바래다 주고 돌아가려던 찰나, 아내가 울면서 나오더니 충격적인 한마디를 던졌다 "오중아. 아빠가 너 들어오래."청천벽력이었다. 단정치 못한 복장으로 엄격한 장인어른과 장모님, 그리고 나보다 나이 많은 처남들 앞에 서야 한다는 공포가 온몸을 마비시켰다. 심장이 입밖으로 튀어나올 것 같았지만 도망칠 순 없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기 위해 나는 온몸의 용기를 쥐어짜 문을 열고 사자 굴같은 거실로 들어섰다.


거실에는 숨 막힐 듯한 침묵이 흘렀다. 소파에 앉아 계신 장인어른의 묵직한 시선이 화살처럼 나를 관통했다. 부모님은 뭐 하시나, 학교는 어디 나왔나. 앞으로 배우해서 어떻게 먹고살 거냐ᆢ. 쏟아지는 질문끝에 아버님은 미지막 판결을 내리듯 물으셨다. "그래. 너희 둘, 이제 어떡할 생각이냐?" 나는 떨리는 다리에 힘을 주고, 한 치의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결혼하겠습니다! 책임지겠습니다!"


어이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던 장인 어른은 한참 뒤,내 평생의 나침반이 될 말씀을 하셨다. "그래.. 둘이 정말 사랑한다면, 연탄 수레를 끌면서 살아도 된다." 거친 바다를 항해하는 작은 돛배 하나가 있었다. 배는 낡았고 식량도 부족했지만, 항구의 등대지기는 그 배를 막아 서는 대신 이렇게 소리쳤다. "중요한 건 배의 크기가 아니라, 네가 가진 돛이 바람을 믿고 있느냐는 것이다. 바람의 힘을 믿는다면 너는 어디든 갈 수 있다." 장인어른은 나의 "작은 배'를 비난하는 대신, 내 안에 있는 사랑이라는 '돛'의 진심을 믿어주셨던 것이다. 덕분에 나는 가난이라는 파도를 두려워하지 않고 인생이라는 긴 항해를 시작할 용기를 얻었다. 

 

집밖으로 나오자 팽팽했던 긴장이 풀리며 뜨거운 감정이 북받처 올랐다. 비록 연탄 수레를 끄는 고된 삶이 기다릴지라도, 이 사람만 내 곁에 있다면 그 수레마저 꽃가마 처럼 끌고 갈수 있을것 같았다. 그날 밤, 맹세했다. 내게 기회를 준 이 가족과 아내의 행복을 위해 살겠다고. 나는 지금도 그날의 연탄 수레를 멈추지 않고 끌고있다.

 


배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