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자유게시판
자유게시판
제목 슬픈 네팔
작성자 관리자 [2026-09-03 09:13:28]
첨부파일
첨부된파일갯수 : 0

萬物相
슬픈 네팔

 

 


 



2015년 규모 7.8의 강진이 때린 네팔 취재를 한 적이 있다. 히말라야에서 눈사태를 만난 생물학자는 "50층 높이 흰색 빌딩이 덮치는 것 같았다"고 전했다. 1만명 가까이 사망했지만 중장비가 부족해 맨손으로 땅을 팠다. 병원 공터에 시신들이 쌓였다. 처음엔 흙 묻은 통나무인 줄 알았다. 강진 직후 통신-전기∙수도가 모두 끊겼다. 수세식 화장실을 못 쓰는 것이 적응하기 어려웠다.

 

수도 카트만두 일대가 '원시 시대'로 돌아갔다. 인도판과 유라시아판이 충돌하는 네팔에는 80년 주기로 대형 지진이 터진다고 한다. 네팔은 식민지 경험이 없다. 영국이 인도에 이어 네팔을 공격했지만 네팔의 구르카 전사들이 험준한 지형을 이용해 막아냈다. 영국은 러시아와 청나라의 완충 지대로 네팔을 이용했다. 이후 영국과 친한 가문이 쿠테타로 세습 권력을 구축했다. 국민 저항을 막으려고 우민화 교육을 했는데 이것이 네팔 발전을 더욱 후퇴 시켰다.

 

2001년 만취한 왕세자가 연회장에서 국왕 등 왕족 9명을 총으로 쏴 죽이고 자살하는 사건이 터졌다. 왕정 폐지의 계기가 됐지만 10년 내전으로 이어졌다. 마오쩌둥 신봉 세력이 활개 쳤고 사회 기반 시설은 무너졌다. 지난 30여년 동안 정권이 30여 차례 교체됐다. 네팔 국민이 해외에서 송금해 오는 돈이 이 나라 GDP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관광 수입이나 상품 수출보다 몇 배 많다. 젊은 층은 외국 용병이나 위험한 공사장에서 일한다.

 

그런데 일부 권력층 자녀는 소셜미디어에서 사치스러운 생활을 자랑한다. 네팔 Z세대 폭동의 도화선이 되기도 했다. 네팔은 식량.석유 등 물자 수입의 80% 이상을 인도에 의존한다.인도는 네팔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물류 차단 으로 협박한다. 인도 종속을 벗어나려고 중국의 '일대일로' 손잡았다가 빛더미에 올랐다. 지금은 인도ㆍ중국의 내정 간섭을 동시에 받고 있다.

 

네팔 대홍수로 사망.실종자가 4000명에 육박 하고 있다. 험한 지형과 고질적 장비 부족으로 구조∙수색 작업은 더딜 수밖에 없다. 시신을 수습했지만 영안실 부족으로 부패하기 시작하자 당국은 신원 확인도 안된 시신들을 매장할 계획이라고 한다. 네팔 인구80%가 힌두교인데 힌두교 전통 장례는 매장이 아니라 화장이다.

 

2015년 대지진 때처럼 네팔 화장터는 종일 연기를 내뿜고 있다. 사망자 노잣돈으로 눈에 동전을 올리는 풍습이 있는데 유골과 함께 강으로 떠내려간다. 강 하류엔 그 동전을 줍는 빈곤층 아동들이 있다. 최빈국 네팔의 슬픈 현실이다. 

 


안용현 논설위원